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난감함을 억누를 길이 없었습니다.
최근 건강한 국내 성인 남녀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모 웹페이지(http://www.warning.or.kr/) 있잖습니까. 꼭 눌러봐야 아니?
왜, 너무 사랑해서 볼 때마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이것도 맘대로 못보고! 내가, 미친놈들아아아앍!!!! 라고 외치는 거기요.
저도 그 건강한 국민 가운데 하나이긴 한데 이건 너무 노골적이었거든요.
존중은 취향하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하며
실로 오랜만에 지지난달 달력을 찢어 책싸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책을 읽는 동안 수십 번 실소했고,
두 자릿수 가깝게 얼굴을 감싸고 이를 악물었으며
못 참고 세 번 뿜었습니다.
심지어 책 제목의 단편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지’가 맨 처음이더군요.
다행히 그날 진지는 커피만 마셔서 속이 메슥거리진 않았지만 쏟아지는 언어유희에 웃으면서도 좀 괴로웠습니다.
사보타지의 뜻은 검색을 생활화하시거나 소설을 읽어보시면 실려 있으니 일단 제끼겠습니다.
잠깐 본문의 일부만 발췌해 볼게요. 첫 번째 뿜은 장면입니다.
“아니다. 대통령 너는 사보타지를 했다.”
“사보타지? 뭐에 대한?”
“나에 대한.”
“내가?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은 것? 그건 공무를 수행하느라 바빠서 그렇지.”
“아니다.”
“그럼 뭐!”
“왜 멀쩡한 항문은 냅두고 입으로 똥을 싸느냐? 이는 항문에 대한 사보타지다.”
내가 입으로 똥을 싼다고?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바라보았다. (중략)
뿝!
그렇지만 한편으론 좀 쪽팔렸습니다.
다행히 책싸개를 하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머리도 빗어서
사람의 탈을 쓴 상태로 나름 우아하게 꺼내든 거였는데.
웃다 침 흘러 턱을 적시면 일단 아웃입니다. 그 어떤 맵시도 무쓸모하더이다.
지하철 맞은편 의자에서 가엾고 딱한 병신을 바라보는 눈으로 저를 응시하시던 아주머니의 눈빛이 잊히지 않네요.
그럼에도 겁내 속시원합니다. 사이다로 대청소한 기분!
그 외에도 크게 터진 장면의 예를 들고 싶은데 차마 다는 못 적겠고…….
단편의 제목은 ‘좆변신’이었고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h는 자신이 좆된 것을 발견했다.
보통 좆됐다고 하면 나꼼수의 명언 같은 걸 떠올리죠. 망했구나 싶을 겁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중의적이라 다른 뜻도 있습니다.
걍 진짜로 얼굴이 좆이 된 이야기더라고요.
갇뎀
이거에 비하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조낸 양반이야 크흑, 하면서 읽었습니다.
다 읽고 보니 작가님도 오마쥬라고 책 속에 적으셨더라고요.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해서 ‘우울증에 걸리면 글을 쓰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한다.’라고 적으셨더라고요.
여러분 우울증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그리고 ‘일천만 김꽃비가 세종로를 정복했을 때’를 읽으시면
영화배우 김꽃비 씨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그분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뒤에 자연스럽게 검색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뭔진 모르겠지만 낚인 기분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홍정남 씨가 사모하는 영화배우와 연애를 하기 위해
과학적 수단을 이용한다는 이야기였는데 파괴적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혹시 제 주변에서 누군가 스타와의 연애를 꿈꾸면 이 소설 읽어보라고 해줄 겁니다.
안 읽으면 귀에다 대고 읽어줄 겁니다.
그럼 저를 한 대 친 후에 허허롭게 웃다 보면 그 인간 항문에도 무럭무럭 털이 오르겠죠.
그러고 나면 아, 내가 참 무서운 쿰을 쿠었구나 할 거예요.
인간은 좌절했을 때 그리고 기쁨에 차올랐을 때 제일 주머니를 털기가 쉽습니다.
기억해두세요.#리빙포인트
이쯤해서 놀라운 것 한 가지 알려드리자면 여기까지가 88페이지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단편이 고작 88페이지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무려 소설 부분만 총 320페이지입니다.
편수로는 3편 소개했는데 9편이나 더 있다고요!
우아하고 당신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서정적인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다른 온우주 단편선을 찾아보세요. 좋은 책 많습니다.
하지만 병신에게 넌 병신이야! 라고 말할 때의 그 사이다 같은 쾌감!
당신이 머릿속으로만 생각해보던 발칙함을 고이 접어 나빌레라 호로록 호로록 목구멍으로 넘기는 기쁨!
문장을 읽으면서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처럼 낄낄대본 지가 오래되었다면 강력하게 권해드립니다.
문득 딴소린데 엊그제 한강에서 과자 봉지를 엮어 만든 배로 한강을 횡단한 일이 있었습니다.
질소를 넣어 팔기로 유명한 한국의 과자업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퍼포먼스였죠.
최저 시급으로 버거 세트 하나도 만족스럽게 못 사먹는 나라에서
비싼 과자 사서 뜯었는데 한 줌 집어먹고 나머지 질소면 빡치죠?
그런데 그런 거 먹다가 별 기대 없이 남의 나라 과자
적당한 싼 맛에 하나 집었는데 이게 포장 개발자가 일하기 싫은지
과자 다 부서지라고 질소 하나 없이 과자만 꽉꽉 밟아 넣은 데다 맛이 존맛개맛이면?
그런 건 먹어서 없애야합니다. 무찔러야죠.
이 책이 바로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겁니다.
혜자(느님)지수 드높은 책을 오랜만에 만나 기뻐하며 적었습니다.
입으로 똥 싸는 이야기, 집회 오며가며 읽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주어 없다, 무슨 집회라고도 안했다
그러니 서점으로 가서 책을 삽시다.
그리고 지난달 달력을 찢어 오랜만에 옛 추억 되살리며 책싸개를 씌우고 나서봅시다.
이상, 온우주 출판사의 14번째 단편선 dcdc 작가님의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지’의 홍보 겸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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