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온우주 출판사의 12번째 단편선 권민정 작가님의 ‘우주화’의 홍보글입니다.
고리 원전 안 터져도 암 걸려 죽을 것만 같은 2014년 시국입니다만
그래도 사람이 터진 속이나마 좀 덜어서 내려놓고 가야지 않겠습니까.
이럴 때 대중교통으로 오며가며 가방에서 간지템인 책을 꺼내들고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장편은 한번 잡으면 내내 붙들고 있어야 하니 조금 무리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단편은 호흡이 짧아 출퇴근에 최적화되어 있답니다.
예전에 친구가 19금 동인 소설을 커버 씌워 읽으며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웬 남정네가 다가와 책 읽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며
전번을 땄다는 전설도 전해질 정도입니다.
>.</////
아, 걔 예쁘냐고요?
……퉤.
뭐?!
왜?!
책과 XX 염색체가 모든 걸 해결해줄 거란 안이한 생각은 버려!!!!!!
어-, 잠시 화면 조정이 있었습니다.
그럼 간단하게 단편 소개를 겸해 당신의 타입을 점검해보겠습니다.
1) 당신에게는 연인이 있습니까?
모니터 속이면 어떻고 하느님이라 있다고 믿는데 보이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연인이 GB나 MB로 환산되어도 오케이, 오른손에도 인격을 부여할 수만 있다면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비밀로 하는 게 매너☆
나대진 마라 외로워진다 읽씹당하고 막 그런다
A) Yes → 3번으로
B) No → 2번으로
2) 당신에게는 상상력이 있습니까?
A) Yes → 3번으로
B) No → 타입 A
3) 당신에게는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고, 사이도 그럭저럭 좋은 연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연인은 어디로 가고 커다란 벌레, 아니 커다란 곰이 누워 자고 있지 않겠습니까?
식겁한 당신은 허공답보로 침대에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하지만 당신의 연인은 온 데 간 데 없네요. 현관에 신발도 없습니다.
핏자국도 냄새도 없는 것으로 봐서 곰이 잡아먹은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모르죠, 저 곰이 당신 연인을 덥석 통째로 삼키고 환기까지 시킬 정도로 완전범죄를 꾸민 건지도.
당신은 무기가 될 만한 것(프라이팬, 식칼, 야구 배트, 골프채 등)을 들고 조심스레 잠든 곰에게 다가갑니다.
그때, 곰이 눈을 뜨고 당신을 보았습니다!
곰이 눈을 때록때록하게 굴리자 당신은 자신의 연인이 어찌 되었는지 물으며 힘차게 무기를 휘두릅니다.
아침에 깨자마자 스트레스에, 공복이기까지 합니다.
그러고 있자니 PT8번을 100회 해낸 것처럼 지쳐버린 당신.
서럽고 힘들어서 바닥에 앉아 단전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설움을 사자후처럼 토해내는데
갑자기 이 곰이 당신에게 다가와 눈물을 닦아줍니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놀란 당신이 묻습니다.
“너야?”
곰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는 행동은 당신 연인의 평소 행동거지와 똑같고, 그는 당신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연인이 곰이 되었다고 믿습니까?
A) Yes → 5번으로
B) No → 4번으로
4) 에이, 진짜로 곰이 하는 게 당신 연인이랑 똑같다니까요?
심지어 당신을 달래주려고 끌어안고 도닥이면서 흉기까지 뒷발로 슥 밀쳐버리는 용의주도함을 가진 곰입니다.
그런데도 못 믿으시겠습니까?
A) Yes → 타입 B
B) No → 5번으로
5) 알고 보니 전 국민의 1/5이 곰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온통 난리입니다.
매일 저녁 TV에서는 안경을 쓴 곰이 나와 미모의 여자 아나운서와 뉴스를 진행하고,
사극에서는 장희빈이 앞발의 손톱을 궁녀들을 시켜 다듬고, 모자 같은 버선을 신고 나옵니다.
일부 곰이 된 악플러들은 키배가 여의치 않자 몹시도 불행해졌습니다. 개이득
한편, 이 무시무시한 사태의 중심에는 한 마법사가 존재했습니다.
그는 무려 25년간 여성을 가까이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갖춘 끝에 마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본인 또한 ASKY의 저주를 당했는지 여성을 가까이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습니다.
불현듯 마법사의 분노가 터졌습니다.
“세상 모든 커플 중 하나는 곰이나 되어라! 돈과 키와 얼굴이 안 되면 취급도 안 하는데 누가 곰이랑 연애를 하겠냐고?!”
가엾고_딱한_자로다.jpg
영혼의 절규가 마법사의 내부에 잠든 마법을 깨웠고, 결과적으로 세상은 변했습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도 곰으로 변한 연인과 당장 헤어지지 않겠습니까?
A) Yes → 6번으로
B) No → 타입 C
6)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배 위쪽이나 혹은 아래쪽 말입니다.(……)
곰이 인간보다 딱히 뭐 우수하고 그렇진 않습니다.
십여 년 전쯤 동물원에 가서 꿈과 희망이 옴팡 박살난 적이 있어서요.
작더라고요. 위고 아래고
그것만은 알려드릴게요.
진짜 그래도 괜찮으신 거죠?
A) Yes → 이런 멋진 사람. 아빠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데 눈물이 나려고 하네. 7번으로
B) No → 다……이해해요. 괜찮아. 다 괜찮아……. 타입 C
7) 당신은 그렇게 곰이 된 연인과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연인이 곰이 되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인간을 그만둬서 그런지 애교도 늘고, 실수로 걷어차고, 두터운 가죽에, 꿈쩍도 않고,
힘도 몇 곱절이나 세어져서 당신의 책장도 번쩍번쩍 들어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들에게 다큐멘터리를 찍자는 제의가 들어옵니다.
‘곰이 되어도 좋아’라는 일종의 일상 휴먼 다큐죠.
당신은 거부해보지만 상사가 회사 홍보가 될 거라며 대못을 박습니다.
하지만 예고편이 전파를 탄 어느 날, 마법사께옵서 그것을 보시고 당신과 당신의 연인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밝히고 마법을 푸는 방법을 제시했죠.
“너희들이 헤어지면 당장 저 곰은 사람으로 돌아온다!”
전국 방방곡곡에 광랜이 깔리기 시작한 어느 날 이후로 솔로 부대 찬양은 끊이질 않는군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헤어지시겠습니까?
A) Yes → 8번으로
B) No → 타입 D
8) 이제 와서? 진짜 헤어질 겁니까? 내 찬사까지 받아놓고? 정말 그럴 거임?
A) Yes → 이런 뒤늦은 단호박 같은 사람. 타입 C
B) No → 타입 D
9) 질문은 8번까지이고 9번으로 오는 질문은 없습니다.
하지만 산이 거기에 있어 오르듯이 활자가 여기에 있기에 읽는 당신.
어차피 남의 타입들 다 읽고 다닐 테죠?
그런 당신의 타입은 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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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A)
모든 인간에게 부여되었다고 하는 상상력이 결여되었노라고 말하는 당신.
캔디한테 남자가 없어서 거울 속의 자신과 대화를 나눈 게 아닙니다.
입은 재앙의 근원이지만 화는 쌓아두면 암을 유발합니다.
그도 덜어낼 겸,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당신은 보다 풍요로운 현자타임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당신에게는 조금 새로운 타입의 글이 필요합니다. → [나하의 거울], [우주화]
참, 혹 커플 따위가 싫으셨다면 [윤회의 끝]도 꼭 읽어보세요.
※ 팁 드립니다. 읽은 날 밤, 베개에 머리를 둔 채로 눈을 감으세요.
그리고 귓속으로 파고들어오는 침묵과 음색이 어우러진 금의 선율을,
암흑의 우주 속 피어나는 온갖 색을 상상하려고 해보세요.
한두 번 시도로는 안 될 겁니다.
금 연주를 들어본 적 없으시다면 유튜브에서 찾아도 보셔야 할 거고요. 참고로 금도 종류 많습니다.
하지만 약속드리건대, 황홀할 겁니다.
:)
타입 B)
눈앞에서 증거를 보여주어도 믿지 못하는 당신.
매스컴의 장난질이 뭔지 좀 아시는 분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냉소적으로 살아야 속 편한 세상이라도, 펼친 책에서나마 위안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런 당신에게 권해드립니다. → [K씨의 개인사정으로 이번 호의 연재는 쉽니다]
약간 씁쓸한 뒷맛도 좋아하신다고요? 그렇다면 이모 공기밥 추가요. → [13월 혹은 32일]
타입 C)
현타에는 섬약한 당신.
이해할 수 없는 것,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피하는 게 속 편할 수도 있겠죠.
열혈 주인공은 소년 만화 속에서 찾으면 됩니다.
요새 열도에서는 자전거며 배구가 재미 쏠쏠하다지만
당신은 좀 더 편안한 것을 즐기세요. → [엄마는 고양이야]
좀 짧으니 하나 더. → [기사의 사랑]
타입 D)
기개 넘치는 장부시여. 그대에게는 대쪽 같은 선비의 기질이 있나이다.
세상 어느 누가 그대에게 줏대 없다 욕한다 한들 저만은 당신을 존경하렵니다.
설령 곰을 인간보다 좋아하신다 하더라도 그대의 일편단심이 더럽혀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당신에게는 기개 넘치는 이야기 권해드립니다. → [누구의 포크인가]
타입 E)
일단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읽으신 이야기부터 제대로 된 작가의 필력으로, 소설로 읽으세요.
그리고 제가 상상하지 않고 견딜 수 없었던 마지막 장면을 읽고 가슴에 새기세요. → [곰이 되어도 좋아]
9편밖에 추천해드리지 못했지만 그 외에도 당신의 타입에 더 맞을지도 모르는 13편의 단편들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관심을 가진 당신들에게 이 한 권을 추천합니다. → [우주화]
머릿속에 주소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터넷 서점에서 ‘권민정, 우주화’를 검색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