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추리 소설을 읽게 되면 결말보다는 작가가 표현하는 등장인물의 감정 옥타브가 참으로 신박하다. 줄리안 시몬스Julian Symons의 단편 「꿈꾸는 것이 더 낫다The dream is better」도 그 중의 하나.


“그러고 나면 나도 혼자 살아야 돼요. 하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나 혼자서 수프도 만들고, 푸딩도 만들고, 슈니첼도 만들어 먹으면 되니까요. 

앤드류, 당신도 꼭 저희 집에 오셔야 해요. 

내가 정말 맛있는 슈니첼을 만들어드릴 테니까요. 

그걸 한번 드시고 나면 다신 배고프단 생각이 안 들 거예요. 장담할 수 있어요.”


앤드류(주인공)에게 올가는 음식 가지고 추파를 던진다. 내 음식 맛을 알려줄까? / 안알랴줘도 됨. / 헐, 짱시룸ㅋ. 올가의 지속되는 추파에 앤드류는 진절머리를 치지만 이 여자, 완전체다. 욕하고 지랄해도 그냥 좋다고 막 찾아오고 스토킹한다. 근데 사실 본인은 이 여자의 스토킹이고 나발이고 여자가 늘어놓는 음식들 때문에 소설에 집중이 안 되더라. 헝가리 소시지, 맥앤치즈, 파이, 샌드위치, 훈제연어, 파스타…… 대체 앤드류를 좋아는 했나? 고지혈증이랑 당뇨로 오랜 시간에 걸쳐 비참하게 죽이려 했던 것 같은데. -_-;

올가가 말한 슈니첼Schnitzel은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이것이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은 19세기지만 실제로 ‘얇게 썬 고기에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 요리’를 먹기 시작한 건 기원전 로마인들부터라고 전해진다. 역시 유럽의 중국 같은 이탈리아! 독일식 슈니첼은 대부분 돼지고기를 쓰지만 널리 잘 알려진 빈(오스트리아)식 슈니첼Wiener Schnitzel은 반드시! 결단코! 송아지고기만을 이용하여 만드는 것이 원칙! 



슈니첼은 커틀릿과 동일한 요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단지 고기를 두들겨서 얇게 편다는 점과 고운 입자의 밀가루옷을 입힌다는 점이 다르지만. 얇게 썬 고기를 망치로 두들기면서 널찍하게 펴주면 근육 섬유가 파ㅋ괴ㅋ되어 좀더 부드러운 고기맛을 즐길 수 있…… 는 건 요즘 이야기고 옛적에 딴 거 없고 그냥 양 많아지니까. ㅋ 이렇게 넓게 펴서 밀가루옷을 입힌 고기를 정제버터에 튀기는데 ‘정제버터라니? 없으니 걍 버터에 튀기자!’ 하고 그냥 버터에 튀기지 말길. 그러면 균일한 황금빛의 슈니첼이 아닌 노란색과 갈색의 그라데이션이 살아있는 슈니첼이 나오거나 아니면 강렬한 빛과 함께 재가 된다. 이건 튀기는 온도 문제가 아닌 정제되지 않은 버터 안의 유지방 성분들이 높은 온도로 인해 끄트머리 부분에 달라붙어 타기 때문이다. 믿어라. 먼저 실패해본 사람의 조언이니까. 크흡. ㅜㅜ 완성된 슈니첼은 따로 소스가 없고 레몬즙을 뿌려먹기 위해 위에 레몬 두어 조각이 나올 뿐인데, 국내 모 요리책에서는 “로버트 소스Robert sauce(프랑스식 소스)와 함께 드세요!”라고 해놓았더라. 독일과 프랑스의 만남이라니. 알자스/로렌 지방의 느낌을 요리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가. 입안에서 1차/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겠군. 원래 레몬즙을 뿌리는 행위는 질 나쁜 고기의 누린내를 가리기 위해서였는데 하다보니 동시에 살균효과도 보게 된다. 또, 레몬즙의 시큼한 성분이 슈니첼의 버터/기름 지방성분을 작게 분산시켜줘서 먹는 동안 질리지 않게 해준다. 튀김요리에 레몬이 함께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

슈니첼과 함께 먹는 사이드디시는 감자요리로 정해져 있다. 왜 중유럽 국가들은 굳이 감자를 사이드로 내느냐? 바로 독일의 영향이다. 유럽에서 악마의 열매라고 불리던 감자를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2세는 적극 장려하고 받아들였다. (실제로 직접 먹기도 했음) 대부분의 슈니첼 사이드디시 감자요리는 감자샐러드, 프렌치프라이 혹은 매시트 포테이토인데, 일반적인 미국식과는 차이가 있다. 프렌치프라이의 경우 유럽 사람들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며, 매시트 포테이토 역시 몇번이나 으깨고 걸러서 아주 곱고 찰진 식감을 좋아한다. 가장 다른 것은 독일식 감자 샐러드. 우리가 아는 감자샐러드와는 아주 다른데, 무엇보다 ‘NO MAYO’로 따뜻하게 먹는다.

버터에 튀기는 것만 제외하면 돈까스와 크게 다를바 없으니 집에서 요리해보자. 요리가 완성되면 아름다운 로리와 함께 먹어요♥ 무슨 로리냐고요? 뭐긴 뭐야, 칼로리지.





타할陀轄

음식, 공포, 미술, 섹스에 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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