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홀연 (김인정)
모두 꽃 같구나
하루를 피든 천 년을 피든 똑같다
죄 져버릴 꽃이거니
순백의 종이 위에
은은한 묵향 순정
『홀연』은 단아하고 묵향 배인 문체로 쓴 동양적인 필치가 압도적인 작품집이다. 가상의 나라 월훤국, 도사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가상의 현대, 환상의 나라 등 배경은 다르고 이야기도 다르지만, 한결같이 애틋한 정서와 고아하고 단정한 문체, 어여쁜 이야기 끝에 인생의 한 자락을 담는 통찰력을 맛볼 수 있다. 잠시 멈춰가는 휴식이자 통찰의 시간으로, 김인정의 작품집은 손색이 없을 것이다.
품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한 글자씩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씩 달의 모래들로 탑을 쌓듯이. 알면서도 어렵습니다.
- 작가의 말 中
독창적이면서도 전혀 독자를 가르치거나 교훈을 주려고 드는 법 없이 그저 옛날이야기를 하듯이 차분하게, 때로는 넉살 좋게 풀어나간다.
그러므로 독자는 그냥 들려주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어쨌든 김인정 작가는 “좋아한다”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탁월하게 잘 쓰는 작가이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이야기란 본래 인간의 삶에서 가장 따스하고 아름다운 부분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정보라, 권말해설 中
지은이 _ 김인정
잦은 야근에 독서는 안 해도 게임은 하고, 어정쩡한 장르로 글 쓰는 것이 취미인 회사원. 폼 나는 직장인 겸업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며 남의 책만 사고 있다.
『화조풍월』로 제3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장편 부문 본심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독자우수단편에 선정된 후 필진으로 합류하여 단편과 장편 양쪽에서 모두 활동을 이어 왔다.
주로 단아한 동양풍 소설이 먼저 알려져 있으나, 감수성이 돋보이는 현대물과 서양풍 판타지 등 다양한 분위기의 작품을 집필 하고 있다.
목차
역천만담逆天漫談 007
유순만담柔淳漫談 127
지배만담紙背漫談 155
- 가상의 나라 월훤국에서 서자로 났으나, 황제가 붕어한 후 적자인 동생이 갓난쟁이라 왕위를 이어받은 왕 선, 그리고 10년째 그 곁을 지키며 좋게 말해 직선적이고 나쁘게 말해 제멋대로에 소양마저 부족한 선 때문에 감봉과 위장병을 달고 사는 천재 신하 신유운의 이야기.
심각하게 찬란한 117
- 주단해는 도사들이 사는 세상에서 왕의 형제인 평서겸이 만든 특별활동부 탐정클럽의 유일한 부원이다.
동백冬柏 219
- “길지…… 길지 않은 목숨이니까요.”
“잠시라도 더 살게 해달라며 매달리지 않느냐. 모두들.”
화선花仙 261
- 말썽 많은 용왕의 딸이 벌 받아서 삼신할머니가 되었으나 아무것도 몰라 사고만 치고 그 자리에서도 쫓겨날 위기다.
백탑의 도시 305
- 천재지변으로 수도의 건물들이 무너진 후 나라를 다스리는 공주는 어떤 일에도 무너지지 않을 건물을 원했다.
천 번의 밤 천 번의 낮 327
- 눈먼 공주가 3개의 나라를 다스리는 위대한 황제에게 시집 왔다. 그러나 황제는 자신의 비를 전혀 돌보지 않았고, 비극이 일어난다.
해설 太平聖代의 古典的 純情 358
엮은이의 말 373
작가의 말 379